quot;이해는 내 마음에 불을 밝히며 환해진 세상을 나누는 과정입니다.quot; 얼마 전 이혜성 총장님의 총장서신에서 상담은 lsquo;마음을 읽는 마음rsquo;을 길러주는 과정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. 짧지만 울림이 큰 표현에, 제가 배우고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. 내담자를 이해하는 일은 상담의 중요한 부분이지만,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. 이러한 어려움은 이해를 오해하는 것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. 저 역시 상담을 공부하며 이해에 관해 오해하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. 제가 가졌던 첫 번째 오해는, 상대를 이해해주고 나면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옳은 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었습니다. 하지만 이해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면, 내가 이해해주는 상대의 행동이 더욱 강화될까 봐 걱정되어 결국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. 이해는 상대를 비판단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느껴지는 마음을 전달하고 함께 머물러주는 과정입니다. 둘째, 인과관계를 밝혀내듯 이해하려고 한 점입니다.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환원주의적 태도로 다가갈 수 없으며, 원인을 분석하려고 하면 선입견이 남을 뿐이었습니다. 이해는 상대가 가진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알아주는 것입니다. 셋째, 이해를 강요하는 방식입니다. 이해를 강요하는 것은 나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에게 lsquo;너가 참아야지rsquo;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. 성숙한 이해는 자발적입니다. 넷째, lsquo;상대가 날 이해해주지 않는데 내가 왜 먼저 이해해야 하나rsquo;라는 생각입니다. 그러나 이해는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. 이해는 나눌수록 좋은 관계로 되돌아오고,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. 이해는 내 마음과 관계를 채워주는 선물입니다. 다섯째,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내가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한 일입니다. 하지만 이해는 서로 간의 경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. 상대를 다 아는 것처럼 여기며 나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마음은, 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. 마지막으로, 나의 감정과 욕구를 무시한 채 무조건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고 했던 점입니다. 상대방만을 이해하려는 태도는,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과도 같았습니다. 상담을 공부하며 남을 이해하기에 앞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. Rogers(1957)는 공감을 내담자의 사적인 세계를 lsquo;마치 ~인 것처럼(as if)rsquo;이라는 사실을 망각함이 없이 상담자의 것처럼 느끼고 이러한 경험을 전달해 주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. Kohut(1959)은 공감을 lsquo;대리적 내성(vicarious introspection)rsquo;으로 정의하였습니다. 이는 상담자가 상담자 안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이고 심리 내적이며, 전의식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을 통해서 내담자가 경험하는 의식적, 전의식적, 그리고 무의식적 자료를 알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. lsquo;나-너(I-You)rsquo; 관계를 통해 서로 진정으로 만나며 이해할 수 있음을 강조한 실존철학자 Buber(1955)는,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기에 앞서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. 그에 따르면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진정하고 분리된 나의 발견입니다. 공감과 관계, 만남을 강조한 기존의 견해들은 상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통해 내담자의 내적 세계에 들어설 수 있음을 일관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. 결국 상대를 향한 이해는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배워가는 중입니다. 내가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한 나의 마음은 불이 꺼진 어두운 방과도 같아, 내담자의 마음에 다가서는 것을 가로막습니다. lsquo;이해할 수 없는rsquo; 상대의 모습은 lsquo;용납할 수 없는rsquo;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. 이해는 내 마음에 불을 밝히며 환해진 세상을 나누는 과정입니다.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의 석사과정이 이와 같았습니다.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석사과정을 시작했지만,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기도 했습니다.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포용해주시는 교수님들과 서로를 지지하며 북돋아준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얻은 이해의 경험 덕분에, 어렵지만 계속해서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해가려는 용기를 얻습니다.
김주빈 박사과정 입학예정자 -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-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 졸업 - 前 마포장애인복지관 자원 상담원 - 前 명지대 학생상담센터 인턴 상담원 - 現 마음지음상담센터 레지던트 상담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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